나의 이야기

[스크랩] 안면도(安眠島) 외 1편/ 탁영완

소하,연담 2014. 2. 9. 17:15

 

 

안면도(安眠島) 외 1편

 

                       탁영완

 

 

섬의 소소한 팔베개를 떠올려본다

그를 떠올리기만 했는데 까마득하던 불면이 찾아왔다

어쩌면 그는 나의 불면의 팔베개일까

소소히 잠이 잘 올 것 같은 팔베개가 사실

얼마나 불편한 불면의 목침이던가

그의 곁에서 한 번도 깊이 잠들어 본 적이 없다

팔을 놓아버리면 생각이 머릿속에서 팔을 뻗고

안았던 가슴을 풀어도 풀지 못하고 밤새 품고 있는

생각의 녹조류 가슴

어쩌면 나는 잠들기 위해 그를 떠났는지도 모른다

그는 늘 섬으로 초연히 잠들고

나는 흐느적 흔들리며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어둠을 깔고 잠든 그는 작은 섬이다

외로움의 물결이 밀려갔다 밀려가고

그는 그렇게 엎쳐서 잠드는 섬이다

편안한 잠 속에서 섬 하나 도드라진다

섬을 팔베개하고 온전히 잠들지 못하는 밤의 하얀 속눈섭

나는 지금 안면도에 와 있다.

 

 

 

잠이 빠져나간

    - 안면도 2

 

도무지 일렁이지 않는 태안바다에

적송 울울 간직한 섬이 있다

밤바다는 마땅한 노숙의 자리를 찾듯

끝없이 멀리 섬을 걸어나가고

어둠 속 덩그러니 갯뻘밭엔 가슴 헛헛한 그림자만 남는다

움푹움푹 구멍이 파이고

무언가 숨어 있을 듯한 기척만 보겠네 

헤집어 파 본들 황량이 고이는 일몰의 눈물

차라리 아무라도 손잡아 퍼질러 앉아나 볼까

하늘의 별들 오롯이 총총

그곳으로 잠은 죄다 초롱초롱 불려나가고

혼령도 빠져나간 빈 몸으로 섬 하나 등 기대고 앉아

까치발 붙여 일렁이던

갈색 해조류 잠들지 못하는

소리 없는 울음 여기와 듣겠네.

 

 

- <시문학> 2008.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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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탁영완 시인 

 

경남 진주 출생(1948년)
동아대 국문학과 졸업(1971년)
월간<시문학>으로 등단(1986년)
영남여성문학회 회장 역임
부산시협 부회장 역임 부산문협이사 역임
현,부산여류문인협회 회장
동아문학상('69), 부산여성문학상 본상 수상('97)
부산 중앙중학교 재직. 부산 동부 영재 교육원 (창작)담임 지도 강사.

시집으로 <하늘 향한 감각의 비늘>, <신을 만들며 또 지우며>,<사막의 말>, <인연의 자유를 위한>,

<차차 섬이 되어가고있다>,<또 다른말 배우고 있었네>, <보로메군도를 떠돌던 안개>, <타클라마칸

사막의 사랑> 등이 있음. 

 

 

 

 

 

 

출처 : 함께하는 시인들 The Poet`s Garden
글쓴이 : 박정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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