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면도(安眠島) 외 1편
탁영완
섬의 소소한 팔베개를 떠올려본다 그를 떠올리기만 했는데 까마득하던 불면이 찾아왔다 어쩌면 그는 나의 불면의 팔베개일까 소소히 잠이 잘 올 것 같은 팔베개가 사실 얼마나 불편한 불면의 목침이던가 그의 곁에서 한 번도 깊이 잠들어 본 적이 없다 팔을 놓아버리면 생각이 머릿속에서 팔을 뻗고 안았던 가슴을 풀어도 풀지 못하고 밤새 품고 있는 생각의 녹조류 가슴 어쩌면 나는 잠들기 위해 그를 떠났는지도 모른다 그는 늘 섬으로 초연히 잠들고 나는 흐느적 흔들리며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어둠을 깔고 잠든 그는 작은 섬이다 외로움의 물결이 밀려갔다 밀려가고 그는 그렇게 엎쳐서 잠드는 섬이다 편안한 잠 속에서 섬 하나 도드라진다 섬을 팔베개하고 온전히 잠들지 못하는 밤의 하얀 속눈섭 나는 지금 안면도에 와 있다.
잠이 빠져나간 섬 - 안면도 2
도무지 일렁이지 않는 태안바다에 적송 울울 간직한 섬이 있다 밤바다는 마땅한 노숙의 자리를 찾듯 끝없이 멀리 섬을 걸어나가고 어둠 속 덩그러니 갯뻘밭엔 가슴 헛헛한 그림자만 남는다 움푹움푹 구멍이 파이고 무언가 숨어 있을 듯한 기척만 보겠네 헤집어 파 본들 황량이 고이는 일몰의 눈물 차라리 아무라도 손잡아 퍼질러 앉아나 볼까 하늘의 별들 오롯이 총총 그곳으로 잠은 죄다 초롱초롱 불려나가고 혼령도 빠져나간 빈 몸으로 섬 하나 등 기대고 앉아 까치발 붙여 일렁이던 갈색 해조류 잠들지 못하는 소리 없는 울음 여기와 듣겠네.
- <시문학> 2008.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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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탁영완 시인
시집으로 <하늘 향한 감각의 비늘>, <신을 만들며 또 지우며>,<사막의 말>, <인연의 자유를 위한>, <차차 섬이 되어가고있다>,<또 다른말 배우고 있었네>, <보로메군도를 떠돌던 안개>, <타클라마칸 사막의 사랑>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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