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스크랩] 국제신문 5/23일자

소하,연담 2015. 8. 17. 15:43

그녀가 밟아온 生의 단계, 시에 발자국처럼 찍힌 듯
탁영완 시선집 '녹색광선'
40년 간의 교직생활 회고
신작시 16편도 담아 엮어

 
 
"얼마 전엔 언양에 있는 소설가 고금란 씨 텃밭에 갔더니 고 씨와 박정애 시인이 농부가 다 되어선 열심히 밭을 일구고 있더군요. 거기서 수다 떨면서 하룻밤 자고 왔죠. 당분간은 열심히 한 번 놀아보려고요. 그 동안 시간에, 일에 너무 얽매여 있었으니까요."

목소리에 자유가 묻어났다. 탁영완(사진) 시인은 부산 시단에서 기억되어야 할 여성시인이다. 1988년 '시문학'에 추천완료돼 등단한 뒤 그는 2009년까지 시집 9권을 냈다. 첫 시집은 '하늘 향한 감각의 살비늘'(1988)이고 '또 다른 말 배우고 있었네'(1997), '보로메 군도를 떠돌던 안개'(2000) 등의 시집으로 부산 여성시단을 다지는 데 한몫했다.

탁 시인은 지난 2월 40년 동안 몸담았던 교직에서 정년퇴임했다. "부산진여중에서 정년퇴임하면서 뭔가 매듭을 짓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렇게 해서 그가 최근 엮어낸 시선집이 '녹색광선'(두손컴 펴냄)이다. "사람이 세상에 나온 뒤로 누구나 겪는 단계가 있고 지향하는 가치가 있지 않겠어요. 그건 순수하게 정신적인 어떤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모든 게 생활에서 나온 것만도 아닌 것 같아요. 정신과 생활이 뒤섞이는 거죠." 탁 시인은 "시선집을 엮으며 '아! 내가 쓴 시에 내가 밟아온 생의 단계들이 발자국처럼 찍혀있구나' 새삼 느꼈다"고 했다.

"뭔가에 집착하던 단계, 아예 묶여버리는 단계, 그러다가 슬그머니 놓여나는 단계가 결처럼 묻어 있는 것 같았어요."

탁 시인은 시선집에 신작시를 16편 넣었다. '인생경일독'(人生經一讀) 연작이다. "살면서 만났던 분, 겪은 사람들을 떠올리며 쓴 시들입니다." 그 사람들이 있었기에 자신 또한 시를 쓰고 삶을 살아낼 수 있었다는 말로 이해됐다. 이런 식이다. '그대 전생이 이태백 애첩이라 했소./시를 쓰듯 말하고 독경하듯 읊어서/무쇠 솥에 쇠죽 끓이듯 오래 익어 발효된 말/낙동강이 흐르듯 터져 시로 흐른다…그대 쓸고 갈 삼생의 업 자락/굽이굽이 산도 절도 역사도 그 속에 머무는/아 낙동강 1300리, 그대 안으로 흐른다'('인생경일독·11' 중)

탁 시인은 "앞으로 쓸 시는 말은 줄어들고 길이는 짧아질 것 같은 예감이 든다"며 새로운 시를 모색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출처 : 부산 시문학시인회
글쓴이 : 소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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